#2. LA, 브래드베리 빌딩(BradburyBuilding)

남가주에는 세계 건축업계에서 주목받는 많은 유명 건축물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본보는 독자들에게 이 지역의 역사적인 건축물과 건축가들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남가주 건축물·건축가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할리우드 보울과 같은 상징적인 건축물과 프랭크 게리, 루돌프 쉰들러 등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1982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는 21세기 미래의 암울한 로스앤젤레스 상황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배경으로 사용된 브래드베리 빌딩(Bradbury Building)은 1893년에 지어진 건물로, 촬영 당시에는 이미 9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LA에는 현대적 건축물들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굳이 90년 된 낡은 건물에서 촬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래드베리 빌딩의 역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백만장자 루이스 브래드베리(Lewis Bradbury)는 나이 70이 가까워진 즈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훌륭한 건축물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격언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유산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1892년에 그는 자신의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3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대지를 구입하고, 이곳에 기념비적인 건물을 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그의 집은 LA 도심 벙커힐(Bunker Hill, 현재 MOCA 주변)에 있었으며, 이 지역은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동네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여 그 옛날의 풍경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지만, 당시에는 그림 같은 분위기의 동네였다고 전해집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 언덕에 부자들이 모여 살았으며, 현재 서울의 한남동과 같은 고급 주택 밀집 지역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브래드베리는 이 건물이 자신의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고, 그의 나이와 건강 상태로 인해 서둘러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는 빠르게 건물이 완공되기를 원했고, 이 건물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기를 희망했습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건축계에서 변방으로 여겨졌으며, 유명인이나 부자들은 주로 뉴욕이나 시카고의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브래드베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 섬너 헌트(Sumner Hunt)에게 설계를 의뢰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브래드베리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뉴욕이나 시카고의 건축가에게 의뢰할 경우, 오가는 시간이 길어져 그가 살아 있을 때 완공되지 않을까 걱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헌트의 설계안이 완성되었지만, 브래드베리는 그 안에 불만을 느꼈고, 다른 사무실에 의뢰할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선 헌트 사무실의 직원들에게도 설계안을 제출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직원들이 자신들의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이 중에서 조지 와이먼(George Wyman)의 계획안이 브래드베리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와이먼의 설계안은 브래드베리가 원하던 기념비적이고 독창적인 요소를 잘 반영했으며, 그 결과 브래드베리 빌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 브래드베리 빌딩은 그 독특한 건축 양식과 역사적인 가치로 인해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작품에서 미래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합한 배경으로 선택된 것입니다. 이 건물은 그 시대의 건축적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며, 로스앤젤레스의 건축 유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집니다.